호주의 가치 300억 달러 규모 AI 컴퓨팅 팩토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며, 호주 내 엔비디아 연계 기업가치 기대에 차질이 빚어졌다.
엔비디아가 투자했고, 블랙스톤이 금융을 제공했으며, OpenAI는 계약에 서명했다. Firmus는 이 화려한 투자자 명단을 앞세워 거의 30년 만에 호주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10월 9일, 이 호주 AI 인프라 기업은 IPO 신청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평범한 스타트업의 상장 실패가 아니었다.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고 스스로를 "AI 팩토리" 컴퓨팅 사업으로 내세운 이 회사는 306억 달러의 목표 기업가치로 55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시장은 이 회사의 스토리에 환호하고 있었다. 비트코인 채굴에서 출발한 사업 전환, Meta와 OpenAI를 포함한 잠재 고객, 모듈형 액체 냉각 데이터센터, 그리고 AI 시대의 가장 큰 병목인 컴퓨팅과 전력을 해결하겠다는 주장이 주목받았다.
모두가 이번에도 AI 자본 열풍 속의 또 한 번의 성공 사례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공모가는 주당 11호주달러에서 8.25호주달러로 떨어졌고, 그마저도 충분한 청약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수요예측은 서둘러 종료되었고, 회사는 결국 상장을 중단했다.
Firmus의 공모 무산은 AI 자본 사이클 후반부의 전환점을 보여줄 수도 있다. 사적 시장은 여전히 미래지향적 스토리에 천문학적 기업가치를 지불할 용의가 있지만, 공개 시장은 더 이상 종이 위에 그린 컴퓨팅 청사진에 무조건 값을 치르지 않는다.
2019년에 설립된 Firmus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으로 출발했다. 가상자산의 호황과 불황을 겪으며 팀은 고밀도 컴퓨팅 클러스터, 액체 냉각, 전력망 연계 운영이 범용적인 엔지니어링 역량의 집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고 엔비디아의 GPU가 AI 혁명에 불을 붙이자, 전 세계적으로 GPU 부족 사태가 뒤따랐다. 전력, 데이터센터 공간, 냉각 설비는 칩 자체보다 더 귀해졌고, OpenAI, Meta, Google 모두 컴퓨팅 용량 확보에 열을 올렸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는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므로, 시장은 고밀도 컴퓨팅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제3자 사업자를 절실히 필요로 했다.
이미 상당한 컴퓨팅 장비와 전력 용량을 보유하고 있던 Firmus는 빠르게 AI 인프라로 방향을 바꾸고 스스로를 "AI 팩토리"로 포지셔닝했다.
회사는 자신을 모듈형으로 빠르게 배치할 수 있는 액체 냉각 AI 데이터센터 공급자로 내세운다. 친환경 전력을 활용하고 전력망의 피크 부하 조정에 연계해, 메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클러스터를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내러티브 덕분에 Firmus는 더 큰 고객을 확보하고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였다.
2026년 2월, Firmus는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블랙스톤이 주도하고 Coatue가 뒷받침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부채 금융 한도를 확보했다.
6월에는 인도네시아 바탐섬에 360메가와트 규모의 AI 팩토리를 짓기 위해 엔비디아와 제휴한다고 발표했다. 이 계약은 최대 17만 개의 AI 가속기 칩을 포함하며 2034년까지 이어진다.
엔비디아의 지지에 힘입어 사적 자본이 쏟아져 들어왔다. 8월 7일, Firmus는 엔비디아, Coatue, 블랙스톤, Jane Street 등이 참여한 20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 라운드가 전액 투자 약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투자 후 기업가치를 105억 달러 이상으로 제시했다.
9월 8일, OpenAI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Firmus의 두 개 프로젝트에서 전용 AI 컴퓨팅을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Firmus의 9월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4개국에 걸쳐 7개의 AI 팩토리를 건설 중이며, 계획된 총 컴퓨팅 용량은 912메가와트다. 회사는 모든 고객에 대한 계약 용량이 누적으로 900메가와트를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번지르르한 스토리 이면에서 Firmus의 실제 사업 규모는 얇다.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두 곳뿐이며, 나머지 다섯 곳은 아직 개발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irmus의 운영 중 컴퓨팅 용량은 46메가와트에 불과하며, 2026 회계연도 매출은 5,100만 달러에 그쳤다.
엔비디아의 지지와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은 Firmus의 기업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10월 IPO 로드쇼에서 Firmus는 주당 11호주달러로 주식을 발행해 약 50억 달러를 조달하고, 약 306억 달러의 목표 기업가치를 설정할 계획이었다. 이는 8월의 105억 달러 기업가치보다 거의 200% 높은 수준이었다.
가격 발견 과정에서 Firmus는 기관투자자들의 관심 표명만으로도 공모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정식 주문을 받을 단계가 되자, 주요 건설 파트너십의 변화가 분위기를 급격히 바꿔 놓았다.
2025년 Firmus는 호주 데이터센터 운영사 CDC와 최대 1.6기가와트 규모의 AI 팩토리를 함께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CDC의 창립자 그레그 부어(Greg Boorer)가 이제 이 대규모 건설 협력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Firmus는 두 당사자가 올해 초 당초 계획했던 협력을 추진하지 않기로 공동으로 결정했으며, 이것이 기존 개발 계획이나 계약 고객의 용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로이터는 상장 과정에 관여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소식이 퍼진 후 일부 투자자들이 주문을 철회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주관사들은 공모가 하한을 11호주달러에서 약 8호주달러로 낮출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한 기관 입찰을 확보하지 못했다.
호주 연기금 UniSuper의 최고투자책임자 존 피어스(John Pearce)는 이 기금이 Firmus의 공모에 크게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회사의 업종 내러티브에는 동의했지만, 현재 공모가에는 이미 미래 성장이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Firmus가 방대한 컴퓨팅 구축을 이행하기 위해 계속 자본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 여건이 악화되면 전체 확장 계획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모 실패의 여파는 이미 Firmus의 상장 주주들에게도 번졌다. 10월 8일, Firmus 지분을 보유한 Maas Group의 주가는 장중 최대 30% 하락해, 사상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CoreWeave 역시 상장 과정에서 가격 하향 조정을 겪었다.
2025년 3월, CoreWeave는 주당 47달러에서 55달러 범위에서 4,900만 주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더 낮은 40달러에 3,750만 주를 발행해 상장했다. 전체 공모 규모는 계획보다 최소 8억 달러 이상 줄었다.
Firmus와 달리 CoreWeave는 남은 컴퓨팅 용량의 일부를 떠받쳐 줄 최종 매수자를 찾았다. 2025년 9월, 이 회사는 엔비디아와 63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조건에 따르면 2032년 4월까지 CoreWeave가 합의대로 공급하고 서비스 기준을 충족하는 한, 엔비디아는 계약 범위 내에서 팔리지 않은 모든 컴퓨팅 용량을 매입한다.
반면 Firmus에 대한 엔비디아의 투자는 칩 공급에만 해당한다. 미판매 용량을 떠받쳐 주는 보장은 없다. Firmus의 공시에 따르면, 엔비디아와의 제휴는 칩 판매 매출뿐 아니라 제휴된 용량에서 발생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의 일부도 가져다준다.
기업가치와 펀더멘털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넘어, Firmus에는 두 가지 약점이 더 있다.
당초 상장 계획에 따르면 주식의 약 58%가 상장 첫날 거래될 수 있었다. 이는 많은 초기 사적 주주와 창업팀이 상장 직후 즉시 매도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AI 주식에 대한 열기가 이미 식은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은 주가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Firmus는 또한 막대한 부채 부담을 안고 있다.
ABC가 인용한 모닝스타(Morningstar) 분석에 따르면, Firmus는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약 300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계획한 11호주달러 공모가에서 주식 시가총액은 약 304억 달러로, 부채 규모와 거의 같았을 것이다. 공모가가 8.25호주달러로 떨어지면 주식 가치는 230억 달러로 줄어들어 부채 수준보다 낮아진다.
300억 달러의 부채에서 평균 금융 비용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연간 이자 비용은 약 3억 달러씩 늘어난다. 고객의 구매량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일정대로 인도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이자가 계속 현금흐름을 잠식해 주주에게 돌아갈 수익을 줄일 것이다.
IPO를 철회한 Firmus는 사모 자금 조달로 방향을 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규 투자자들이 당초 가격을 받아들일지, 채권자들이 어떤 금리와 보호 장치를 요구할지, 금융 조건이 얼마나 나빠질지가 프로젝트 자금 조달의 난이도를 결정할 것이다. 건설이 지연되면 매출도 늦어지고, 다음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는 실행 리스크를 더 많이 설명해야 할 것이다.
Firmus의 실패는 고립된 사례가 아니다. 불과 3주 전에는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OpenAI가 투자한 미국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SB Energy도 로드쇼 단계에서 상장을 중단했다.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SB Energy를 주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OpenAI도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며, 당초 목표 기업가치는 500억~600억 달러였다.
그러나 시장은 이 회사의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고, 사업이 OpenAI라는 단일 고객에 지나치게 묶여 있으며,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우려했다. 주관사들은 계획된 가격대 안에서 충분한 기관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9월 말 회사는 로드쇼를 중단하고 상장을 보류했다.
불과 3주 사이에 두 건의 대형 AI 컴퓨팅 인프라 IPO가 연이어 냉담한 반응을 맞이했는데, 이는 올해 글로벌 AI 자본 사이클의 분수령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이전에 AI 산업을 인터넷에 비유해 왔다. 그러나 인터넷 플랫폼 기업은 승자독식 구조여서, 규모의 효과가 자리 잡으면 매우 높은 이익률을 낼 수 있다.
AI 컴퓨팅 인프라는 오히려 공공 유틸리티 자산에 가깝다. 막대한 자본 지출이 필요하고 수익은 안정적이지만, 공개 시장의 밸류에이션 배수는 보통 높지 않다.
사적 시장은 Firmus를 성장주로 평가하는 반면, 공개 시장은 이를 고도로 레버리지된 유틸리티 자산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기업가치 인식의 괴리가 Firmus 공모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컴퓨팅 프로젝트가 확장되고 있으며,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호주 모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향후 2~3년 동안 대량의 신규 컴퓨팅 용량이 집중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고 컴퓨팅이 희소한 자원에서 과잉 자원으로 바뀌면, 컴퓨팅 임대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Firmus처럼 자산 집약적인 컴퓨팅 공급자는 큰 고정자산과 높은 감가상각비를 안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다.
태양광 산업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초기에는 공급이 부족했고 자본이 설비 확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 용량이 한꺼번에 풀리자 업계는 가격 경쟁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AI 컴퓨팅 업계는 지금 그 사이클을 되풀이하고 있다.